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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6개의 주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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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월급쟁이가 되었다.
똑같은 길이의 줄을 목에 매달고 빙글빙글 돌면서 원을 그린다.
그러다 한바퀴를 돌면 잠시 숫자가 늘어난 통장을 보게되고, 또 다시 빙글빙글 한바퀴를 돌아간다.
동심원이 하나 둘씩 그려질 때 마다, 내 목을 조여오는 압력은 점점 커진다.
목줄의 반경 안은 안정적이다. 밥도 먹여주고, 잠 잘곳도 쥐여주고, 정신놓지 않게 집중할 거리도 제공한다.
하지만 자유가 거세된 24시간의 반복은 익숙함 만큼 숨을 막는다.
12개의 원이 그려지기 전, 숨이 꼴깍 넘어갈 찰나, 그나마 쉬어갈 기회가 주어진다.
이건 '아! 정말 다행이다' 이 정도가 아니다.
느슨하게 늘어진 줄을 통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
이렇게 숨 쉴 기회가 왔다.

어디로 도망쳐 볼까?
물론 여전한 나의 로망은 부탄과 코르시카.
그러나 긴 꿈을 이 짧은 현실속에 매몰시켜버릴 수는 없다.
루틴을 벗어날 수 있는 그 어디라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좀 더 근사한 탈출이 필요했다.
아이슬란드? 콜롬보? 에잇 그냥 발리?
아이슬란드가 좋겠다.
덜컥 가이드북을 사고 몇날 며칠 고민해 봐도, 일주일로는 택도 없다.
오가는데 3일, 3일짜리 트레킹 한번이면 다시 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콜롬보라면 어떨까.
6월은 우기.
갈리시아 이후 비라면 아주 지긋지긋하다.

언젠가는 주사위를 던져 세상을 돌아보는 꿈을 꾼다.
주사위를 던져 대륙을 결정하고, 또 그 안의 나라가 정해지고, 또 주사위를 던져 방향을 정하는...
"멈출까요? 아님 이동할까요?"
"주사위를 던지시오. 짝수가 나오면 여기 멈추고, 홀수가 나오면 이동하시오."
이러고 몇년이고 주사위를 던져 되돌아올 숫자가 나올 때까지 운명을 가르는 여행.
Why not now?
굳이 그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나? 그냥 지금 실행하는거지.

결국 스타얼라이언스 취향지를 쭈욱 늘어놓고 숫자를 매겼다.
그리고 6개의 주사위를 던진다.
TALLINN, ESTONIA.
이렇게 결정이 났다.
꽝!꽝!꽝!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진다는 말은 불완전한 미래에 대한 예상 적중률이 높아진다는 뜻일테다.
비행기 옆자리에 멋진 눈을 가진 젊은 남자가 탈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과
(설령 그렇더라도 할리데이 로맨스로 이어질 확률은 거의 무한대분의 일이다.)
정말 감탄스럽고 놀라운 풍광 혹은 건축물에 심장이 고동치게 되리라는 기대같은건 애초에 하지 않는다.
나는 더이상 여행이 요란한 어드벤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맥이 빠지고, 슬프기도 하다.

그러나 시작부터 무언가 다른 여행.
나는 미미하지만 사소한...
그런 변화를 꿈꾸고 있다.




2011/06/20 13:55 2011/06/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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