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이에 꼭 내가 하리?"
학과 동문회 행사에 누구하나 카메라를 가져온 이가 없다.
행사를 총괄하는 동문회 부회장 녀석이 저 혼자 안쓰럽게 바둥거리는 것도 맘에 걸려,
무거운 카메라를 쳐들고 신촌으로 향했다.
작년 여름 까페를 팔고나서 그 동네는 1년만이다.
그새 현대백의 희번쩍한 새건물도 완성이 되었다.
파란색에 우아한 물결 무늬 마감을 자랑하던 어닝이 촌스러운 시뻘건 색으로 바꼈다.
"테라스 까페"
쳇, 옆집아저씨때문에 테라스에서 장사도 못할텐데...
아직도 솔직히 배가 아프다.
행사장인 3공학관 C040을 찾는것 부터 난관.
나 이학교 졸업생 맞아?
분명 이 강의실에서 공학회계도 들었었는데 말이다.
여튼 이래저래 찾아간 행사장에서 낯선 이들의 얼굴도 살피고, 반가운 이들과 인사도 한다.
"몇학번?"
어허 이 새끼가 어디서 반말이지?
94학번이 왕고. 그다음이 우리.
하지만 선배들 얼굴은 다 알고, 내가 모르는 인간은 분명 후배일터.
그것도 아주 까~~~~~~~~마득히 어릴 확률이 크다.
"95학번이고, 이름은..."
왼쪽 가슴에 달려있는 명찰을 보여준다.
"그럼 넌 누구냐?"
녀석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어린다.
풋... 그래... 그래도 나름 9자가 들어가는 아저씨 학번이구나.
"사진도 찍으시고 워~~낙 동안이셔서 선배인줄 몰랐어요."
"으흐흐흐~"
선배 체면이고 뭐고 웃었다.
"우지원이 연대나왔어요??"
4학년이라는 06학번 아이의 말에 동기녀석들과 함께 순간 혀가 굳어버렸다.
"점보대잔치가 뭐에요?"
암... 내가 실과시간에 나박김치를 담글 때 니들이 태어났으니...
노땅들은 하품을 하고, 어린것들은 집에 갈 생각을 안한다.
"내일 출근 안해? 내일 수업은 안듣냐고!"
새벽 3시.
신촌 길바닥에 아카라카가 울려퍼지고, FM이 난무하고, 땅바닥을 구르고,
나는 슬그머니 원에서 이탈하여 팔짱을 낀다.
흐뭇하면서도 부끄럽고, 부러우면서도 안타깝다.
그리고...
익숙하면서도 굉장히 낯설다...













comments
comments rss (+댓글 쓰러가기)아직도 대학때 듣던 10년도 더 지난 노래를 여전히 즐겨듣고, 그 때 살 빼겠다고 하던 이소라 다이어트 테잎을 따라 하면서 순간 기분이 묘하더라. 그 때는 새로웠던 것들이 이제 다 흘러간 올드팝, 옛 유행거리라니....
공대 동문회 회장단 모임에서 기계과인지 토목과 회장은 무려 64학번,
울과 회장은 94학번이었다더라.
뭐 10년이면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심...ㅎㅎㅎ
우리가 벌써 그렇게 노땅인거구나. 그리고 한창 돈 벌어서 동문회의 기둥이 되어야 할 나이.. 참. 세월만큼 허망한게 없다.
동문회에서 제일 힘든일이 돈모으는 일이더라고.
다른과처럼 동그라미 많은 돈을 쾌척할만한 사람도 없고 말이지.
뭐...이렇게 인생이 흘러가는게 아니겠더냐.
근데 이런말 한다는거 자체가 꼰대 스럽긴 하다..ㅋㅋ
그래도 너무 동안이셔서 반말 썼다는 후배 귀여운데..
쓰읍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지 그랬어..(앗..이건도 아줌마 스러운겐가..ㅠ.ㅠ)
근데 아무래도 옛기억은 생생한데, 어제는 뭘 했는지 모르겠어.
이거 치매같은데...ㅠㅠ
쓰담쓰담해주기엔 그 아이도 어른이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