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 일상을 살면서 한번씩 머리가 주뼛 설 때가 있다.
롤러코스터 꼭대기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산봉우리 정상에서 아득한 발아래를 내려다 볼 때,
아주 잠시 어지러운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른다.
"뭐 떨어져봤자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다지 후회도 미련도 없이 사는 나에게 죽음은 언제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렇다하여 삶의 의지가 없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멍충이!)
소리없는 공포... 그것은 바로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이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바보라기 보다,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데서 오는 불안이다.
"나 이렇게 마냥 놀아도 되는거야?"
미드를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해금 연주를 하고, 내키면 가끔 곡도 깨작이고...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전혀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다.
돈이 나오는 짓도 아니고, 잠재적인 경제활동의 밑거름도 아닐뿐더러 소위 말하는 경력관리와도 전혀 거리가 멀다.
자기개발? 자아실현?
푸훕. 자아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찌 '실현'의 경지까지...
새벽에 일어나 학원을 다니고, 자격증을 따고 미친듯 아둥바둥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련하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쯧쯧 혀를 찬다.
그러면서도 결국 나만 혹여 뒤쳐는건 아닐까, 저들이 달려가는 구둣발에 깔려 사회의 울타리 저 구석으로 쳐박히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70일간의 카미노를 마친후, 나는 이제 이런 모범생적 강박에서 벗어났다 생각했었다.
이기적으로 살자. 가장 이기적인 삶이 가장 이타적인 삶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확실한 현재를 희생하지 말자!
머리가 아닌 가슴의 소리를 따르자!
그러나 700여일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예전처럼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워드 스마트라도 집어 들어야할까?
소설을 읽을게 아니라 매크로 리포트 한장이라도 더 봐야하는건 아닐까?
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
그러나 어제.
그 어떤 누구의 말보다 더 깊은 위로를 받았다.
퇴근 후 렛츠에서의 유지나 교수님 강의.
호모 루덴스 - 놀이 혹은 유희의 인간.
우리 내면에 잠자고 있는 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이끌어 내자!
나에겐 두시간이 넘는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이렇게 들렸다.
"괜찮아. 너는 잘 살고 있어. 너는 잘 놀고 있어. 너의 놀이는 결코 죄책감을 가질 시간의 낭비가 아니야..."
나 정말 한동안 더 이렇게 놀아도 되는거지???

comments
comments rss (+댓글 쓰러가기)왜 떨어져서 놀아서 이래 힘들게 죄책감 느끼면서 놀아야 하노..ㅜㅜ
선릉 공원 한바퀴 돌고, 커피 볶는 집에서 아이스 커피 한잔 들이키면서...
1시간 동안 100명 졸라 까대기를 함께 해야지...행복할텐데.....그취??
그러니 얼렁 돌아오시게... 놀거리 잔뜩 마련하고 있을테니...